2010년 5월 14일 금요일

하녀 (The housemaid, 2010)


낚였다!!!
이 영화는 스릴 넘치지도 않고 심지어 섹시하지도 않다. 그냥 지가 팜므파탈인 줄 아는 (심지어 그 뜻 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눈화장을 짙게한 동네 술집의 걸레같은 여자애애 불과하다!!!
정말 너무 화가 나는 이유는 감독이 영화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든지 간에 (무산계급과 유산계급을 굳이 욕조 닦는 하녀를 통해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 차라리 지붕뚫고 하이킥!이 더 섹시하고 슬프다.), 전도연을 그냥 저런 백치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가 슬슬 공개될 무렵 나의 오만가지 상상을 자극한 것은 전도연이었다. 아.. 전도연! 그래 그 전도연! 전도연이라면 순수한 척을 하며 주인 남자를 꼬시는, 욕조를 닦으면서도 주인 남자를 욕조 안으로 끌어들일 것 같은 그런 섹시한 매력이 있지 않은가.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근데 이게 뭐야. 벗어. 네. 빨어. 네. (거대한 스포일링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지루하다.
메인 캐릭터인 전도연의 유혹이 없어진 대신에 이정재의 유혹이 나온다. 유혹이라고? 택도 없는 소리. 그냥 돈많은 졸부가 창녀 (비슷한) 여자를 꼬시고 돈 몇푼으로 이거면 됐지? 유혹의 그 은밀한 섹시함도, 긴장감도 없으니 영화는 여름날 소 불알 마냥 축축 늘어진다. 차라리 여름날 바다에서 조인해서 "섹스를 하느냐 마느냐" 밀고 당기는 그들의 적잖이 저렴한 하룻밤사랑이 더 섹시할 지경이다. 물론 연기도 좋았고, 감독의 해석에 따른다면 굉장한 풍자극이다. 하물며 깐느 갈라스크리닝 이후 오페라 라는 평을 받았다하니 감개무량하다.
그러나 "유혹"이라는 어마어마어마어마어마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키워드가 아닐 수 없다.) 아이템을 이렇게 무르게 놔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끔찍하다. 앞서 리뷰한 <시>와는 다른 의미의 끔찍하다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렇게 섹시해 질 수 있었던 영화가 단순히 "섹스한" 영화 밖에 되지 않았다. 영화가 너무 쿨했던 모양이다. 조금은 새침했더라면, 조금은 미묘했더라면 그 풍자극이 더 감미로운 요리가 되었을텐데, 이것은 그냥 짜고 매운 삭은 젓갈같은 느낌이다. 아직도 이 영화가 너무 화가 난다.
P.s. 난 윤여정을 사랑한다. 그녀의 그 음색이 좋다. <그 때 그사람들>의 그 음색이 자꾸 떠올라서 더 좋다. 이정재는 글쎄. 운동을 열심히 한 것 같다. 서우는 가끔 나오는 연기가 좋다. 딱 집에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절대 엔딩의 노래 부르는 장면은 아니다. 이 영화를 욕하기엔 내가 아는 욕이 너무 적은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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