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6일 일요일

방자전 (The Servent, 2010)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몽룡은 춘향에게 비열한 손으로 음험하게 묻는다.
"우리 가짜 미담 한번 만들어보지 않을래?"
춘향은 방자의 손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얘기한다.
"우리 둘이 만나봐야 똑같잖아."

김대우는 내가 좋아하는, 가장 미묘하고 야한 대사를 쓸 줄 아는 작가이다. 소위 "대사 빨" 이라는 것이다. "대사 빨"이 "연기 빨"을 만나면 괜찮은 작품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살인의 추억>이 그랬고 (박은교와 송강호), <연애의 목적>이 그랬다. (고윤희와 강혜정) 그런데 이 영화 대사 빨은 좋은데 연기 빨이 조금 약한 듯 하다.

같은 작가의 작품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달랐다. 스캔들은 정극에 재치있는 대사를 더했다면, 방자전은 재치있는 대사에 억지로 정극을 끼워맞추려고 한다. 내내 코미디인지도 정극인지도 종잡지 못하고 있다가 영화의 막바지, 정극을 빙자한 "가짜 미담"을 만들어낸다. 억지 춘향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슬프지도 않다.
어쩌면 퓨전사극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김치피자를 먹는듯한 느낌이다. "어색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맛있어." 이하 동문이다.

아마도 우리가 이 정극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는 까닭은 배우들의 "연기빨"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스캔들의 전도연과 배용준, 이미숙이 진지하다. 시종일관 그 표정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났다. (후에 리뷰에 적어야 겠다.) 그러나 방자전의 조여정, 김주혁, 류승범은 사뭇 진지하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다. 억지로 웃음을 참고 진지한 로맨스 얘기를 하려고 하니 한참을 어색하다.

또 "조연의 문제"이다. 오달수와 송새벽. 발견이다. 영화 내내 당신은 그들 때문에 웃을 수 있다.
그런데 웃음이 너무 과하다. 균형이 깨져버린다. 한참을 코미디로 돌아간 방자전의 화살표는 다시 로맨스로 돌아오기가 쉽지않다. 억지로 화살표를 꺾으려니 부러져 버린다.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내가 원하던 것은 은은한 코미디와 에로티시즘이었다.

재밌기는 하지만 아쉽다. 김대우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하나지만 감독으로서는 끌리지 않는다. 좀 더 섬세하고 미묘한 에로티시즘. 김대우는 한 우물을 판다. 좋지 아니한가. 대사만큼이나 영화가 더 좋았더라면, 연기의 균형이 더 맞았더라면... 수많은 "가정법"이 붙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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