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6일 일요일

타짜 (The war of flower, 2006)

패가 돌아간다. 선은 정해졌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는 영화의 카피처럼, 영화는 쉴 새 없이 몰아친다. 그러나 관객은 지치지 않는다. 왜냐고?
최동훈이니까.

극 중 인물은 많지만 절대 과하지 않다. 고니도 정마담도 아귀도 고광렬도, 심지어 고광렬의 여자친구까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모두가 기억나는 이유는 영화 자체가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마치 화투패의 뒷면 처럼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그러나 나의 포인트는 역시 정마담이다. 김혜수는 여기서 너무 아름답다. 아름다운 칼이란다. 전체를 조각해서 보석을 새겨넣은 천박한 칼이다. 그녀는 사람들을 베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 그녀에게 동정이 가는 이유는 그녀는 쓸쓸하기 때문이다. 극도로 예민하지만, 외로운 사람이다. 명품을 걸쳐입은 그 외양은 화려해보이지만, "먹고 살기 힘들만큼" 그녀는 자신이 팍팍하다. 어쩌면 그녀가 "평경장"을 죽여서라도 정말로 갖고 싶던 것은 어떤 비루한 욕망이라기 보다, 그녀 자신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나를 이 길로 들였어." 속고 속이고, 그러나 패는 돌아가고. 손도 눈도 입도 쉴 틈이 없는, 사람들을 판떼기에 앉혀서 그 끝까지 끊어먹고야 마는, 가장 원초적이고 천박하다. 어쩌면 "이대를 다니던" 그녀는 여느 대학생들처럼 풋풋했을 지도. 그녀를 잃어버린 순간, 그녀는 가장 끔찍하게 인생 자체를 강간당했고, 되갚아준다. 되갚아 준다해도 돌아오는 것은 없다. 이미 시간이란 바퀴는 꽤 많은 것을 감았고 다시 풀기엔, 다시 자르기엔 그녀에게 너무 아까웠을지도.
외롭지만 결국 끊어내지 못하는 그녀의 눈은 처량하다. 아름다운 칼이지만 속으로는 녹슬어 있다.

패는 돌아간다. 누구는 승자가 된다. 나머지는 패자가 된다. 누구는 광박을 썼고, 누구는 피박이란다. (물론 영화에서는 섯다를 친다)
사실은 지긋지긋한 청춘도 도박판 아니던가.
"그래도" 전이 많은 사람은 게임을 계속 이어가고, 끊임없이 패는 돌아가지만, 자신을 소모한다. 대박은 오기도 하지만 쪽박도 온다. 가끔은 배짱있는 선택도, 가끔은 비열한 사람에게 당하기도. 그래도 나라면 이 도박판에서 이렇게 뻔한 답을 하겠다.
"못먹어도 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