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6일 목요일

친절한 금자씨 (Sympathy for the lady. Vengeance,2005)

영화 속에서의 강한 여성은 은근한 매력이 있다. 총들고 외계인을 무찌르는 에일리언의 시고니위버 같은 여전사보다는 자신의 여성성을 내세워 상대를 파괴시키는 "팜므파탈 형 " 여자주인공은 꽤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이영애.
맞다. 산소같던 여자, 그 이영애이다. 우아한 발성과 몸짓. 그녀가 박찬욱을 만났다. 2005년 가장 주목받은 기대작이었고, 특히 그녀가 한 포토그래피와 흡사한 티저포스터가 공개 되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의 "과연?"은 "과연!"이 되면서 이영애는 금자씨가 되었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이영애가 금자씨에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여성성이다. 어디엔가 끼어 있어도 유난히 우아한 광채를 뿜어낸다. 시상식장에서 영화에서도, 한마디로 고급스럽다. 그래서 더 악마와 천사를 오가는 금자씨가 되었을 때 관객들을 흔들었다. 그것은 그녀에 대한 동정도, 그녀에 대한 에로시티즘도 그녀에 대한 일종의 팬심도 아니었다. 배우 이영애가 되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너나 잘하세요" 에서 소름끼쳤다고 하지만 난 그녀가 출소직 후 교도소에서의 친구를 찾아와 집에서 휴식을 취했을 때이다. "천만에.."로 시작하는 건조한 내레이션과 함께 그녀는 담배를 피우며 웃어제낀다. 쉰 소리를 낼 정도로 웃어제낀다. "악마성"의 가장 뻔한 표현이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소름끼친다. 그녀의 하얀 다리와 담배를 가늘게 움켜쥔 손가락은 악마라기엔 너무 하얗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13년간 그녀는 이 아름다움을 복수를 위해 불태운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그 아름다움을 짓이기며 복수한다.

영화의 마지막, 일종의 의식을 행하는 그녀와 동료(!!)들. 그녀는 일그러진다. 백 선생의 목에는 아이의 가위가 박혀들어갔다. 아니 오히려 가위는 그녀의 가슴에 박힌 듯 했다. 후회도 안타까움도 아닌, 흡사 이름붙이기 어려운 일종의 형용사를 그녀는 얼굴로 표현해낸다.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슬퍼보이진 않는다. 웃는다 그러나 기뻐보이진 않는다. 이 표정, 이 모습이 이영애가 했기에 더 잘 어울리는 것은 그녀의 우아함이 뭉개지는 순간, 단순히 미추를 떠나 복수라는 잔혹한 감정에 아름다움이 뭉개졌던 순간을, 정확히 포착했기 때문이다. 박찬욱과의 영화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복수와 속죄. 그녀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그 먹먹한 무게로 짓뭉갠다. 개운지 않다.

이영애는 완벽한 캐스팅이었다. 그러나 이영애는 불완전한 캐스팅이었다. 왜냐하면, 이영애는 자신의 기존의 이미지를 버림으로써 금자씨를 완성시켰다. 이영애가 가졌던 본연의 이미지가 "우아함, 고급스러움, 아름다움"이 아니었더라면 금자씨는 아쉬운 캐릭터가 될 뻔했다. 하지만 원래 이런 아름다운 이미지를 가지지 않은 배우가 "복수에 의해 짓뭉개지는 아름다움" 까지 복합적으로 표현했다면? 너무 큰 기대일지 모르나, 이영애가 표현한 금자씨보다 훨씬 더 농밀하고 섬세하며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인물이 탄생했을게다. 아쉽다는 소리가 아니다. 여전히 이영애의 금자씨는 마음을 흔든다. 그러나 또다른 캐스팅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서 하는 넋두리 정도라고 이해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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